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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평화의 캐롤' 이스라엘에 퍼지다

성탄절을 맞아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에서 미주 한인들이 평화를 노래했다.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Church of the Nativity) 앞 광장에서는 팔레스타인 시민, 관광객 등 1만 여명이 어우러진 가운데 '2013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개최됐다. 이 콘서트는 성탄절을 기념하는 베들레헴의 전통 축제로 매년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베들레헴 시정부는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자유를 염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국의 합창단 등을 적극적으로 초대하면서 성탄절의 의미를 전세계에 전하고 있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미주 지역 내 한인 크리스천 50여 명으로 구성된 '에버라스팅 콰이어(Everlasting Choir)'는 한인을 대표해 무대에 섰다. 한국 및 이민 교계를 통틀어 최초다. 베들레헴 지역에서 한국문화원 사역을 담당하는 강태윤 선교사가 베들레헴 시정부와 에버라스팅콰이어의 가교 역할을 했다. 에버라스팅 콰이어 합창단은 이날 무대에서 한복을 입고 20여 분 동안 '거룩한 밤', '위 위시 유 어 메리 크리스마스(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등 캐롤 및 찬양곡 5곡을 합창했다. 에버라스팅콰이어 조헌영 목사는 "크리스마스에 예수가 태어난 역사적 장소에서 한인들이 연합 찬양을 할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며 "한인들이 부른 노래가 팔레스타인과 전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들레헴에 거주하는 와헬 하마드(43)씨는 "한국의 전통 의상(한복)을 실제로 처음 봤는데 너무 아름답다"며 "내년 성탄절에는 한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전통의상을 입고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콘서트는 에버라스팅 콰이어를 비롯한 캐나다,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15개국에서 성가대 및 합창단이 참여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콘서트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이어졌으며 BBC, AP 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20여 곳 이상의 언론들은 위성 등을 통해 생중계하며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지구(West Bank)’에 있는 도시다. 예수가 탄생한 지역으로 성탄 시즌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 4만 여명 이상의 순례객들이 몰려든다. 이스라엘의 중심인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있다. 현재 서안지구는 700km에 달하는 콘크리트 장벽(8미터)에 둘러싸여 이스라엘과 분리돼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증 없이 장벽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베들레헴(이스라엘)= 글·사진 장열 기자

2013-12-24

국가 지위 인정 1년…팔레스타인을 가다

분리장벽 설치에 마을 두 동강 "이웃집 가려면 검문소 지나야"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150개 올리브밭 몰수 식수 사용 제한 지난 6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 뱅크) 제닌 주 파쿠아 마을에서 만난 열여섯 살 소년 압둘아지즈 아부 알리의 눈매에는 장난기가 넘쳤다. 그가 앉아 있던 소파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총알 자국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여느 고등학생과 다름없었다. 그는 이스라엘에 점령된 땅에 사는 팔레스타인 소년이었다. 자기 소개를 해 달라는 부탁에 "나의 인생은 1997년 제닌 난민촌에서 태어나며 시작됐습니다. 내가 처음 죽을 뻔한 것은 다섯 살 때입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압둘아지즈가 살던 제닌 난민촌은 2002년 팔레스타인 2차 민중봉기(인티파다) 때 이스라엘군의 집중 소탕작전이 이뤄진 곳이다. 4월 한 달 동안 민간인 50여 명이 사망했을 정도다. 통행금지령 때문에 난민촌 주민들은 마음대로 피란을 갈 수도 없었다. 낮이든 밤이든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시간에 밖으로 나오는 주민들은 여지없이 총알 세례를 받았다. 그 해 4월 13일에도 통금으로 압둘아지즈의 가족 모두 밖에 나가지 못했다. 해질 무렵 집 안으로 화염 폭탄이 하나 날아들었다. 커튼에 붙은 불은 집 안 전체로 퍼졌다. "엄마, 나 차라리 나가서 총에 맞아 죽을래. 불에 타 죽기는 싫어!" 열 살이었던 압둘아지즈의 형이 소리쳤다. 어머니는 담요를 물에 적셔 아이들을 감쌌지만, 연기는 금방 목까지 찼다. 압둘아지즈의 형이 기도를 시작했다. 제발 비를 내려 달라고 빌었다. 4월은 팔레스타인의 건기, 사막에 비 한 방울 떨어질 리 없었다. 그때였다. 압둘아지즈 집 옆을 지나가던 이스라엘군 탱크가 수도관을 건드렸다. 갑자기 물줄기가 솟구쳤다. "알라께서 지켜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압둘아지즈는 지금도 살아남은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죽음 목전까지 갔던 압둘아지즈의 경험은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한두 번쯤은 겪은 일이다. 팔레스타인은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해 11월 29일 유엔 총회에서 처음으로 국가 지위를 인정받았다. 당시 팔레스타인 국민은 국제사회의 지지에 기뻐하며 독립국가 건국에 한발 다가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직접 살펴본 팔레스타인인들의 생활은 여전히 힘겹기만 했다. 서안지구를 둘러싼 분리장벽은 가족들의 생이별을 강요하고, 곳곳에 들어선 유대인 정착촌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줄인 올리브 밭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돌 던졌다고 멧돼지 풀어 보복" 압둘아지즈가 사는 파쿠아 마을만 해도 2001년부터 이스라엘군이 세운 펜스와 정착촌으로 삼면이 둘러싸여 있었다. 파쿠아 주민은 3000명인데, 주민들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우물 한 곳이 없었다. 이스라엘군이 식수원을 모두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압둘아지즈의 설명이었다. 그는 "몇 주 전에는 아이들이 펜스에 돌을 던졌다고 이스라엘군이 마을에 큰 개와 멧돼지를 여러 마리 풀어 아이가 다치기도 했다"며 "저 펜스를 보면 감옥에 갇혀 사는 기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는 유대인 정착촌이 들어선 곳 어디서든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주택난 해결과 치안 유지 등을 위해 1967년 이후 서안지구에 정착촌 150곳을 건설했고, 2012년 현재 정착민 52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착촌 건설 과정에서 자신들의 땅을 빼앗는다고 여기는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정착민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착촌 근처에서 자국민 보호를 위해 배치된 이스라엘군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주변이 군 시설로 지정돼 접근이 금지되고, 이동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다시금 반발한다.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군은 곧바로 제재에 나선다. 끊이지 않는 대립의 악순환이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 때문에 식수원과 농지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했다. 정착민들이 우물 등 식수원 사용 시간을 1주일에 10시간 남짓으로 제한하고, 가장 큰 소득원인 올리브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 파쿠아 인근 시리스 마을에서는 아버지가 있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분리장벽이 들어서며 마을 농지를 몰수당하자 많은 가장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로 밀입국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리스 마을에 사는 아야 크타엣(여·11)의 아빠도 10년째 이스라엘을 들락거리며 요리사로 일해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시리스 마을에서 분리장벽을 넘어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데는 차로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이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는 출입 허가증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200셰켈(약 65만원)을 주면 위조된 허가증을 살 수도 있다. 아야네 집 한 달 생활비인 2500셰켈(약 75만원)에 버금가는 돈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자지구의 무장조직 하마스가 로켓포 공격을 계속하자 이스라엘이 공습을 감행, 팔레스타인인 160명과 이스라엘인 5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의 임시 수도 라말라에 있는 나비 살레 마을은 제닌 주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이곳 주민들은 정착촌과 분리장벽으로 인한 피해에 항의하기 위해 2009년 12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을 곳곳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최루탄 껍데기를 갖고 노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2년 전에는 9세 어린이가 이스라엘군이 쏜 고무탄에 머리를 맞아 반신불수가 됐다. 알고 보니 쇠구슬에 고무를 코팅한 것이었다. 자신도 머리에 섬광탄을 맞아 다쳤다는 라원 타미미(여·19)는 "이스라엘군이 새벽에 집에 들이닥쳐 어린이들을 잡아가 잠을 재우지 않거나 굶기며 심문하곤 한다"며 벌써 미성년자 수십 명이 체포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엄마에게 보내주겠다고 꼬드기면서 읽을 수도 없는 히브루어로 된 허위 자술서에 서명하게 하고, 이를 증거로 부모를 시위 주동자로 몰아 체포한다"고도 했다. "가족 다함께 사진 찍는 게 소원"" 이 아이들이 바라는 평화는 소박한 것이었다. 압둘아지즈에게 평화는 "길거리를 거닐며 이스라엘 군인을 마주치지 않고, 검문소를 통과하지 않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아야는 평화를 주제로 준다면 팔레스타인 국기를 게양한 학교를 그리겠다고 했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거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라원에게 평화를 사진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전체가 모인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요. 체포되거나 시위 중에 다쳐 빠진 사람이 하나도 없이, 모두 모인 가족사진요." 라말라·제닌=유지혜 기자

2013-11-25

미·이스라엘, 이란 문제 두고 시각차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대 열강이 지난주 이란과 회담을 한 후 며칠이 지나는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 균열 징후가 비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 미국 관리들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을 비치자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력을 더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주요 일간지는 이번 회담에서 이란과의 화해라고 볼 수 있는 몇 가지 사태들을 보도했다. 이란과 6대 열강 사이의 회담은 앞으로 수 개월동안 전개됨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런 시각차는 이스라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번 회담 참가국들은 회담에 고무돼 있으며 11월7일 다시 회담을 열게 된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은 계속하면서도 서방국가들을 속여 제재를 완화하려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20일 각의에서 "우리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행동이 아니라 말만 듣고 있는 이 상황에서 국제적 압력은 계속되거나 더 강화돼야 한다"면서 "압력이 셀수록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진짜로 포기할 가능성도 더 크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이런 경고에도 이란과 열강과의 협상에서 그의 요구가 관철되는 징후는 없다.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미국 관리들은 백악관이 이란의 동결된 자산 수십억 달러를 풀어주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2013-10-20

네타냐후, 팔레스타인엔 손 내밀고 이란엔 손가락 질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이스라엘 총리의 입이 바빠졌다. 이집트의 정권 축출 사태로 인한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에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반면 이란의 새 온건파 지도자에 대해서는 원색 비난했다. 네타냐후는 14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평화회담을 재개하자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을 맞아 축하인사를 전하면서 "우리가 명절 때 말고도 대화할 기회를 갖고 협상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양자 협상은 2010년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중단됐다. 3년 만에 네타냐후를 움직인 것은 최근 일어난 이집트 정변으로 보인다. 이슬람 원리주의자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되면서 국경지대인 시나이 반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봉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르시 정권은 그동안 실질적으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제어하는 역할도 해왔다. 이에 후폭풍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압바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네타냐후는 미 CBS 방송에 출연해 지난달 선출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이란이 현재 20% 농축 우라늄을 190㎏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라며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레드라인에서 고작 60㎏ 부족한 양으로 이란이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불과 몇 주 만에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타냐후는 로하니를 향해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핵폭탄을 만드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표현했다. 유지혜 기자

2013-07-15

[기자 수첩] 이스라엘 컨퍼런스 '한인 실종'

그럴 줄 알았다. 지난 30일과 31일 벨에어 럭스호텔에서 열린 5회 이스라엘 컨퍼런스는 예상대로 성공적이었다. 스스로 빛내는 식물, 스마트폰 해킹 방지 앱, 먹는 인슐린 등 첨단 기술들이 넘쳐났다. 이스라엘 벤처들은 이 행사를 통해 미국 대기업들로부터 매년 억달러 단위의 투자를 유치한다. 11일 구글이 11억달러에 인수한 무료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Waze)'도 2009년 첫 행사를 통해 미국에 데뷔했다. 불과 5년 된 신생 컨퍼런스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비결은 '정부-기술-미국 유대인 네트워크'의 삼각 협력에 있다. 본국 정부는 주LA이스라엘 총영사관과 협력해 미국에 데려올 벤처를 엄선하고, 행사 주최측은 미국내 유대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투자자들을 설득한다. 행사장인 호텔 주인도 유대인이고, 음식도 이스라엘 기업에서 제공한다. 조국이 국가 기조로 내건 '혁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친 결과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경쟁력 기조로 내건 '창조경제'의 롤 모델인 셈이다. 올해엔 특히 행사장 곳곳에서 한국이 언급됐다. 주강연자들은 "한국이 다음 시장"이라고 했고, 외교관은 "한국은 이스라엘의 국가 파트너 최우선 순위"라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정부나 한인들은 없었다. 국가 혁신의 동력이 된 창조경제 선구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정부를 대표하는 총영사관은 없었다. 불과 한달 전 대통령의 LA간담회에 참석해 "조국에 기여하겠다"고 외쳤던 한인 단체장들도 보이지 않았다. 행사가 열린 호텔은 한인타운에서 30분 거리다. 행사 참가비는 180달러였다. 올해도 다들 바빴거나, 돈이 아까웠나 보다. 그럴 줄 알았다. 정구현 기자

2013-06-11

[기획취재] 벨에어 '2013 이스라엘 컨퍼런스'

“만약 화초가 스스로 빛을 낸다면, 전구가 필요할까요?” 지난 30일 ‘이스라엘 컨퍼런스’가 열린 벨에어의 럭스호텔 선셋 볼룸은 현재가 된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이스라엘 컨퍼런스는 이스라엘의 첨단 벤처사들을 LA로 초청해 미국의 대기업이나 투자자들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박람회다. 5회째를 맞은 행사에 본지는 지난해에 이어 한인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았다. <관계 6ㆍ7면> 강연자 옴리 드로리(35) 박사는 2분 7초 분량의 동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빛 내는 식물을 소개했다. 첫 장면은 형광색 빛을 내는 담배풀의 사진이다. 1986년 ‘사이언스’지가 소개해 화제가 된 박테리아를 이용한 식물의 발광현상으로 1호 식물 전등이다. 당시 채 5분도 가지못한 빛의 지속성의 한계를 드로리 박사팀은 뛰어넘었다. “이 이론을 토대로 우린 개똥벌레(firefly)의 DNA를 애기장대라는 식물 세포에 심어 영구한 빛을 만들었습니다. 27년 전 실험실의 이론은 이제 거실에서 생명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상상 속에 있습니다.”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청중들에게 드로리 박사는 친절했다. “DNA가 명령어이고, 세포가 컴퓨터라고 가정해보세요. 애기장대의 세포는 반딧불 DNA의 명령에 따라 해가 지면 저절로 ‘전등 스위치’를 켜는 원리입니다.” 기술의 한 축은 이스라엘이고, 또 다른 축은 미국이다. 이스라엘인인 드로리 박사가 만든 ‘지놈 컴파일러’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마치 포토샵으로 사진을 편집하듯 DNA를 내 맘대로 디자인할 수 있게 한다. 지놈 컴파일러는 무료다. 누구나 DNA를 디자인하는 세상을 만든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또 샌디에이고의 오스틴 하인즈 박사가 개발한 ‘DNA 레이저 프린터’는 지놈 컴파일러로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실제 DNA를 찍어낸다. 하인즈 박사는 서울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두 기술의 만남은 최대 장애물이었던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10년 전만 해도 인간의 모든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30억 달러가 들었고 15년이 소요됐지만, 이젠 비용이 수천달러로 떨어졌고 시간도 반나절이면 가능합니다.” 프로젝트명은 ‘빛 내는 식물(Glowing Plant)’이다. 화초를 키운다는 동사(growing)를 빛을 낸다는 단어로 대신했다. 이 프로젝트는 상업성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실험실 연구들과 차별화된다. 이들은 DNA 코드를 비롯해 빛나는 식물을 만드는 전 과정을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4월23일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연구비를 공모했다. 40달러를 내면 내년 5월에 빛나는 식물의 씨앗과 재배 방법을 보내준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공모 3일 만에 목표액인 6만5000달러를 돌파했고, 7일 마감일까지 8433명이 48만4013달러를 기부했다. 주목할 점은 큰 손 기부자가 없다. 1만 달러 이상 기부자는 1명에 불과하고 65달러 미만의 기부자가 74.7%(6304명)다. 드로리 박사는 “프로젝트는 실험실에서만 갇혀있던 기술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일반인들에게 빛나는 식물을 가꿀 기회를 줘 합성 생물학의 선한 의도를 알릴 수 있고, 초 단위로 바뀌는 첨단 기술의 세상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로 미 농무성(USDA)과 이 분야에 거액을 투자한 민간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야 하고, 원천 기술이 공개돼 기업들은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빛나는 식물의 차기 프로젝트는 ‘빛 내는 장미’다. 드로리 박사는 또 상상을 주문했다. “발렌타인데이에 은은한 조명 아래 연인에게 빛나는 장미를 선물한다면 얼마나 멋지겠나.” 최종 목표는 가로등을 대신할 만큼 빛나는 가로수다. 또, 발광 DNA를 이용해 인간의 질병을 배설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주류 언론들은 빛 내는 식물을 인간이 발견한 ‘제 3의 불’이라고 정의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에디슨의 전구에 이은 세번째 혁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DNA의 조작으로 인한 윤리적 논란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강연을 마친 뒤 드로리 박사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양날의 검 문제입니다. 이미 합성 생물 기술은 하느냐 마느냐의 시점은 지났습니다. 이젠 어떻게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맞추느냐를 과학자, 국민,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20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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